이제는 뭐 이상하게 여길 게 하나도 없어보였다.

레이먼드 카버, <신경써서>, 158p

부엌에는 냉장고와 레인지 겸용 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냉장고 겸용 레인지는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싱크대와 벽 사이의 공간에 붙박여 있었다. 냉장고에 든 물건을 꺼내려면 거의 무릎이 바닥에 닿을 정도로 몸을 수그려야 했다. 하지만 냉장고에 들어 있는 것이라고는 과일 주스, 슬라이스햄, 샴페인이 다였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레인지의 버너는 두 개였다. 그는 이따금 손잡이가 달린 냄비에 물을 끓여 인스턴트커피를 끓여먹었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날도 있었다. 마시는 걸 잊어버리거나, 그냥 마시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서였다. 어느 날 아침에는 깨어나자마자 샴페인과 함께 크럼 도넛을 먹은 적도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식으로 아침을 해결한다고 하면 껄껄거리고 웃었을 사람이었다. 이제는 뭐 이상하게 여길 게 하나도 없어보였다. 사실은 그날 저녁 침대에 누워 아침에 일어나서 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돌이켜보고서야 그 일도 생각났다. 처음에는 기억할 만한 일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샴페인과 함께 도넛을 먹은 일이 떠올랐다. 예전의 그였다면 살짝 미친 게 아니냐며 친구에게 들려줘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거든 저거든 그게 뭐가 문제냐는 생각이 들었다. 샴페인과 도넛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그래서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