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서 들려오는 기계 소리에 눈을 떴다. 물건을 옮기고 어딘가에 떨어뜨리는 소리. 공사를 하는 중이었다. 창에 걸린 암막커튼 사이로 빛이 가늘게 침대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몸을 살짝 일으켰다가는 다시 풀썩 드러누웠다. 그 순간,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지난 봄에 어땠는지 기억이 났다. 넓은 광장을 가로질러, 손으로 눈 위를 가리고 자신을 바라보던 그가 앉아 있는 벤치까지 달려가던 내 모습이 어땠는지. 한창 붐비는 시위의 무리를 가로질러 막 도착했던 참이었지. 수많은 인파 사이에서 숨막히는 공기 속에서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으로 달릴 수 있었는데.
그녀는 집을 나섰다. 할머니 서너 명이 벤치에 앉아 그녀가 다가오는 것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녀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뒤따라 걷고 있었다. 그녀의 가방에는 키링이 여러 개 달려 있었다. 나는 할머니들의 머리카락을, 고개를, 옷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할머니들 옆을 지나갈 때 조금 더 멀리 거리를 두고 걸었다. 걸음은 빨랐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것 같았는데 목소리는 조금 더 커졌다. 할머니들의 고개는 그녀를 따라 더 길게 빼내졌다. 더 빠르게 돌았다. 양쪽 귀로는 대화 내용을 들었다. 그녀는 주말이니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고 전화기 너머 사람에게 말했다.
내가 할머니 앞을 지나갔다. 할머니들을 지나칠 때 조금 더 거리를 떼고 걸었다.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전화기를 들어 화면을 보며 걸었다. 할머니들의 고개는 나를 따라 더 길게 빼내졌다. 주말이니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가봐, 라고 한 할머니가 말했다.
아까 그녀 맞은편에서 한 남자가 걸어왔다. 그녀는 뛰기 시작했다. 둘은 한번 안고 나와 반대쪽으로 걸어가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진 길에는 개나리 진달래 벚꽃 매화 목련 이런 것들이 한번에 흐드러지게 펴 있었다. 토요일 오후 2시였다. 고개를 들었다. 하늘에 미세먼지가 잔뜩 껴 있었다.
레이먼드 카버의 〈셰프의 집〉을 참고했다. 감정을 말하지 않고 사물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빌렸다.